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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의 거룩한 또는 거북한 계보
정지영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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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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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마11:25) 이 책의 저자 일본의 신학자 모리모토 안리에 따르면, 이 말씀이 반지성주의의 종교적 기원이다. 인간 지혜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깨달아 겸손히 하나님의 지혜를 궁구하게 만들었던 이 말씀이 놀랍게도 반지성주의 기원이라니! ‘지성 자체가 아니라 지성의 작용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성의 월권행위, 권위 및 권력과의 유착 행위를 감사하고 견제하는 반지성주의는 오히려 사회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저자의 주장은 이제껏 부정적이고 극복의 대상으로만 간주되던 반지성주의를 의롭다고 선언하는 셈이 아닌가!

물론 반지성주의란 단순히 지성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찰이 결여된 지성에 대한 반대 또는 특권계층과 유착되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는 지성에 대한 반동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사실 리처드 호프스태터가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충실히 따른 논리적 결론이다. 리처드 호프스태터를 따라 저자는, 반지성주의는 고도로 발달한 청교도 지성주의라는 배경 속에 움텄고, 미디어 전략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신의 행상인 조지 휫필드의 1차 영적 대각성 운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발화되었으며, 인공적으로 쌓아 올린 오만한 지성보다는 소박하고 겸손한 무지를 소중히 하는 종교적 감성, 종교적 확신 위에서 어떤 지위와 권위의 독점을 인정하지 않는 평등주의, 미국 대자연에 대한 경외와 종교적 감성의 융합, 2차 영적 대각성을 근사한 직업으로 만든 찰스 피니와 거대한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로 창조적으로 융합해 3차 영적 대각성을 이끌었던 D. L. 무디, 전투적 반지성주의 화신 빌리 선데이 같은 영웅들에 의해 반지성주의는 절정에 달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정확히 미국 개신교,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식 복음주의와 직결되어 있다는 뜻은 미국 복음주의 역사의 복사판에 가까운 우리 개신교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나단 에드워즈 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 많은 미국적 현상의 배경과 사상적 뿌리에 미국 개신교가 있다는 호프스태터의 주장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반지성주의의 “거룩한” 계보를 본격적으로 추적하고, 반지성주의가 미국의 과거를 어떻게 움직였으며, 현재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논하며 독자가 처한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반지성주의 영웅들의 등장을 고대하도록 촉구한다. 반지성주의를 규범적으로 적용하는 저자의 이런 주장에 반지성주의에 대한 반성 또는 성찰을 우선하던 복음주의자들은 혼란스럽고 또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의 이런 관점이 일면 매우 설득력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창조과학의 득세, 텔레비전 전도자들의 호황,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미친 복음주의자들의 막강한 영향력 등, 소위 미국적 현상이라고 하는 미국 개신교, 복음주의의 과거와 현재의 독특한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로 꿰뚫어지니 말이다.

하여, 나는 이 논쟁적인 책을 꼭 비평적으로 읽을 것을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물론 이 문장에서 방점은 ‘비평적’이 아니라 ‘꼭 읽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 지성의 반지성주의가 영 부담스럽거든 이 책이라도 꼭 사서 읽어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분명 당신의 지성을 불편하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CTK 2017:10

#반지성주의#복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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