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이슈 & 특집
싱글을 보는 법싱글이 쓰는 싱글 이야기, 첫 번째
이진경  |  CTK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1.14  
트위터 페이스북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CHRISTIAN WOMEN

   
iStock

는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내 안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고, 여느 때 같으면 언제나 끝이었던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말테의 수기 중에서

 

별할 게 없다. 결혼을 하지 않은 것 외에는. 달라진 건 그들이다.

나의 혼인 여부marital status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대로다. 오빠가 결혼해서 새언니와 조카 둘이 생겼다. 친구들이 결혼해서 남편/아내, 자녀, 시부모, 장인/장모가 생겼다. 나는 안 변했다. 변한 건 그들이다. 그런데 외부세계는 나도 변하길 요구한다. 변하려면 다 같이 변해야 하는 것이다.

오랜 싱글들이 귀가 쓸리도록 듣는 얘기—이것도 다 한철, 30대까지이긴 하지만…. 나는 40대 초반의 싱글이다—가 있다.

“좋은 소식 없어?” “더불어 살아야지.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야.”

“이렇게 괜찮은데 왜 싱글이에요?” “주변에 남자 없어요?”

“노력을 해야지요.”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봐야 인생의 참맛을 알지.”

“아직 혼자?” “가진 게 너무 많아 보이면 채워줄 게 없을 거 같아 그래. 남자들은 채워주고 싶은 여자를 원해.” “언제 국수 먹여줘?”

“주변에 좋은 자매들은 많은데 형제가 없네.”

“애는 꼭 낳아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려.”

“어느 모임에 보내야 할까. 젊은 부부 모임에 보내면 안 돼. 외롭잖아.”

“결혼하면 영원한 자기편이 생기는 거야.” “이 험한 세상에 울타리가 있어야지.” “연애 안 해? 그냥 막 사귀어~”

이런 말들이 싱글에게 툭 던지는 안부인사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육아하느라 바쁜 친구들과는 자주 놀거나 만날 수가 없다. 공통 화제도 달라졌다.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대로 한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들은 이런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다르다. 주로 남편과 시댁, 아이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교육 고민으로 화제는 변화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조용한 내 세계와 달리 세상이 상당히 복닥복닥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내 이야기가 땅에 발 딛지 않은 붕 뜬 자의 이야기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공통 화제가 있다면 그래도 신앙이다. 신앙을 중심으로 교회 이야기나 자기 자신을 성찰한 이야기는 언제나 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주제들이다.

그러나 그것도 친구들의 아이가 하교하기 전까지다. “우리 아들, 오늘 교복 안 입어도 되는 날이구나~. 엄마가 몰라서 미안해”라는 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리면 어떤 진지한 얘기 도중이더라도 끊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유예된 삶?

아산에 사는 S는 최근에 집을 샀다. 건물 주인이 사기를 쳐서 그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집을 사거나 전세금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전세로 사는 동안 집은 급하게 지어진 흔적을 이곳저곳에서 내비쳤다.

당연히 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금을 날리지 않으려면 돈을 좀 더 얹어 집을

사야만 했다. 집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집에서 오래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사 갈 여유자금은 없었다.

S의 아내 A 역시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 불편하다. 사는 곳을 편안하게 만들고 싶다. 마음에 드는 공간은 아니지만 나름 개조해 쓰면 지금보단 나을 것 같다.

A가 제안했다.

“우리, 수리하고 리모델링을 해요. 이 집에서 사는 게 너무 불편해요.”

S가 말했다.

“난 이 집이 싫어요. 이 집에서 오래 살지 않을 거예요. 이 집에 쓸 돈이 아까워요.”

A는 한숨이 나왔다. “지금 당장 다른 데로 이사 갈 돈도 없잖아요.”

“그래도…”

그렇게 부부는 이사도 리모델링도 차일피일 미뤘다.

조금이라도 개조하고 가꾼다면 집이라는 공간이 지금보다는 안락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S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을 가꿀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다 없는 돈이 더 없어져 영원히 이 집에서 살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싱글의 삶이 S가 구입한 집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20~30대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결혼 생활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싱글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 삶이 기약 없이 길어진다. 언제까지나 유예된 삶.

결핍감은 점점 심해진다. 이러다 영원히 홀로 살 것 같은 느낌에 불안감은 가중된다.

가장 원하지 않던 삶이 자신의 삶이 되어버린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경험은 남들에게만 해당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으레 하는 걸 자신만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길거리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걷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잘한 것이 결혼이라 말하는 확신에 찬 부부, 아이를 낳으면 세계가 달라진다는 사람.

그들을 마주하노라면, 10년째 변하지 않는 배우자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나 독박육아로 지치고 힘겨운 삶을 사는 친구의 말, 경제적 짐이 무거운 기혼자의 넋두리는 한쪽 귀로 소리 소문 없이 새어 나간다.

내가 만난 싱글들 중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주로 여성이고 비그리스도인들이었다. 그들은 연애는 하더라도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고했다.

한편 결혼을 하고 싶지만 때를 놓쳤거나 짝을 만나지 못한 사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생각해보겠지만 결혼을 위한 결혼은 안 하겠다는 사람, 미래는 알 수 없고 그저 하루하루 현재의 익숙한 삶을 이어나갈 뿐이라는 사람들도 많다. 대개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입장이었다. 개개의 사정은 다르지만 “난 싱글을 선택했어요”라고 일언지하에 말하는 싱글은 많지 않았다.

미연 씨(가명)는 50대의 싱글 여성이다.

유학을 다녀온 때가 마흔 언저리였고 어쩌다보니 싱글로 50대가 되었다. 미연 씨는 자신이 평생 싱글로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안정되고 사회적 존경을 받는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나이가 들수록 결핍감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녀의 모든 비애와 슬픔, 수치의 원인은 한 가지로 수렴되었다: 싱글.

기혼자에게 고민을 털어놓다가 한 가지로 수렴된다: “그래도 ○○님은 결혼을 하셨잖아요.”

노후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한 가지로 수렴된다: “그래도 ○○님은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계시잖아요.”

미연 씨의 형제 자매는 일찍 결혼했다.

미연 씨만큼 사회적 성취를 이루진 않았다. 하지만 결혼을 했다. 그래서 고민이 없어 뵌다.

싱글이면 무제한 자유라고 생각하는지 그들은 미리 말하지도 않고 아이들을 맡기고는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와 관련된 일도 가족 중 유일한 싱글 여성인 그녀에게 모든 것을 떠맡긴다.

신앙이 흔들릴 지경이다. 남들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왜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가. 하나님은 왜 기도를 듣지 않으시는가.

싱글 증가 추세가 사회 현상이라면 하나님은 사회 현상 중 하나에 나를 내버려두시는 건가.

0.5 앗사리온에 불과한 참새 하나 떨어지는 것도 살피고 계신 하나님은 그녀의 특별할 것도 없는 기도에 끝내 응답해주시는 것 같지 않다. 그녀의 의문이다.

때로 싱글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생기는 상황이 찾아오면 그 상태의 원인을 자신의 ‘싱글됨’에서 찾는 경향.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지지해줄 내 편이 없어서, 가장 친밀한 동반자가 없어서 인생이 불행하고 영원히 외롭게 남은 인생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의 감옥에 갇힌다.

누군가가 구원해주지 않으면,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이 전진도 후진도 못한 채 박제된 상태로 옴짝달싹 못할 것이라 믿는다.

수많은 감사거리가 있어도 이것이 해결되지 못하면 영적으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 심리학적으로는 스스로 자기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 의존적 상태이자 우울증이며, 영적으로는 결혼이 우상이 된 상태. 나 역시 이 과정을 지나쳐왔기 때문에 이런 마음의 구덩이에 빠졌을 때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의 20~30대 초반 싱글 그리스도인들의 양상은 좀 달라 보인다. 이들은 연애를 해도 꼭 결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결혼의 현실을 알기도 할 뿐더러 한동안 공백기였던 페미니즘이 다시 강풍을 일으키면서 여성은 자신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가부장제 속 결혼을 더더욱 꺼리게 됐다.

더군다나 이제는 결혼을 안 해도 지나친 소수가 되지 않을 만큼 싱글족이 늘었고, 싱글을 자유롭고 시대에 앞서가는 기질에 세련된 문화를 누리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많아졌다.

어느 교회의 기혼자 리더는 20대의 청년 커플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왜 결혼을 해야 하나요?”

기혼자는 충격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결혼 준비 과정에서 닥친 어려움을 상담하러 오거나 관계 문제로 찾아오는 경우는 있어도, 계속 사귀긴 할 건데 결혼 자체를 결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온 사람은 없었다. 사귀면 결혼으로 “고, 고!” 당연한 공식이었다.

요즘 20~30대 싱글 그리스도인들이 연애는 해도 결혼을 미루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유명한 N포 세대의 공포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교회에선 표면적으로 대두되지 않지만 대부분 알고 있는 것. 성적 표현(또는 성관계)의 자유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이 문제는 비그리스도인뿐 아니라 많은 젊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썸 타는’ 관계도 아니고 이 사람 저 사람 양다리를 걸친 관계도 아니면 더더욱 문제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사귀는데도 성적 표현(성관계)을 하지 않으면 고리타분한 율법주의나 금욕주의로 느끼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졌다.

한편 독신 서약은 하지 않았지만 결혼에 매이지 않고 교회를 섬기는 데 온 힘을 다하는 싱글도 있다. 주로 여성이다. 내가 20대 때 다닌 교회에선 30대 중반이 넘어도 결혼하지 않고 교회를 섬기는 여성들을 ‘종말의 여종’이라 불렀다. 어린 청년들은 그들을 우러러보고 존경하곤 했지만 그와 같이 되고 싶어 하진 않았다. 교회를 위해 자신의 사생활이나 낭만적 사랑의 쾌락을 포기한 엄숙주의나 보수적 신앙의 일환으로 여기곤 했다.

게다가 그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한 소위 골드미스도 아니었다.

교회의 사례비로 생활하는 그들은 대체로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자주 그들은 자신의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먹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교제하곤 했던 것 같다. 언제나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지하게 반응하며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낭만적 사랑과 성적 즐거움을 극단적으로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그들을 답답하고 음울한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분명 있었다. 이처럼 싱글의 내적·외적 상태는 다양하다. 그렇다면 성경이 싱글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할까?
 

성경의 싱글들

성경에서 결혼은 일반적이고 바람직한 삶의 양식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묘한 점은 성경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요 인물들이 싱글이라는 것이다.

프랭크 스태그Frank Stagg는 “싱글에 대한 성경적 관점”Biblical Perspectives on the Single Person에서 예수님이나 세례 요한 모두 싱글이었으며 “그들의 ‘혼인 여부’는 성경에서 쟁점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성경은 ‘예수님이 기혼이셨나 싱글이셨나’라는 질문을 제기하지도 답변하지도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한마디로 그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례 요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단출한 삶을 살았다. [전문 보기: 싱글을 보는 법]
 

이진경 정신분석으로 깨어졌다. 묵상기도로 감사를 배웠다. 시작 으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30대 후반부터 일어난 일들이다. 김소연과 릴케를, 벨 훅스와 리베카 솔닛을, 헨리 나우웬과 제럴드 메이를, 그리고 이승우를 좋아한다. 나다움을 찾게 도와준 이들이다. CTK 창간에 힘을 보탰고, 에디터로 일했다.

‘싱글 이야기’ 공간을 함께 만들억고 싶은 CTK 독자님들은 이진경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대화를 통해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ywoman@naver.com

#싱글#미혼 남녀#결혼

[관련기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68길 98 5층  |  대표전화 : 080-586-7726  |  팩스 : 02-6919-1095
발행인 : 오정현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은홍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은홍  |  사업자등록번호 : 214-88-27116  |  통신판매업신고 : 제01-2602호
Copyright © 2017 Christianity Today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