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의 정글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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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정글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 최승락
  • 승인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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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해석의 권력화를 경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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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해석 역사의 숲에서 해석의 길을 찾다」는 성경해석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 심상법 교수는 이 책에서 교회의 초기 역사 속에 나타났던 안디옥 학파와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해석 경향에 대한 해설에서 시작하여 오늘의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해석의 역사를 일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책 같은 방식으로 이 역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각 시대를 대표했던 해석상의 논제들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어찌 보면 이는 우리 시대의 성경해석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논제들에 대한 역사적 차원의 성찰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안디옥 학파가 추구했던 해석의 총체성에 대한 이해는 우리 시대에 되풀이해서 나타나고 있는 지나친 문자주의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기능을 한다. 저자는 안디옥 학파의 해석방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우리 시대의 성경해석에 왜 중요한지를 의식하면서 역사로부터 배움의 길을 찾고 있다. “결국 안디옥 학파의 해석방법을 통하여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성경해석 방법은 문법적-역사적 의미(lexis+historia)에서 신학적-윤리적 의미(theria/typology)로 나아가고 이것은 또한 상승의 영적 의미(anagogy)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준다.”(43쪽) 안디옥 학파의 성경해석이 단순히 역사적 문법적 해석에만 그치지 않고, 관조와 묵상을 거쳐 본문의 더 깊은 충만한 의미를 도모하였다는 저자의 관찰은 이 시대에도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과대-문자주의나 자구주의, 그리고 그 반대편의 극단인 과도한 알레고리적 해석의 위험성에 대한 견제의 기능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성경해석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시대의 성경해석이 나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거와의 대화이다.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 역사 속에 나타났던 오류들을 오늘 우리가 피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성경해석은 항상 성경오석의 도전과 맞서야 했기 때문에 “신앙의 규범” 곧 “해석적인 울타리”를 필요로 했다는 지적이나(53쪽), 성경해석이 단순히 “객관적인 학문적” 연구만으로 그치지 않고 렉치오 디비나lectio divina의 전통 속에 나타났던 것처럼 “경건한 삶을 위한 영성적 성경연구”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89쪽) 등도 역사 속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성경해석이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도전이며 과제이기도 하다. 자기들이 보기에 좋은 대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 드는 교만과 아집의 해석, 작은 하나의 영역이나 관점으로 성경의 넓은 바다를 다 점령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과대망상의 해석 등이 이 시대에도 그칠 줄 모르고 일어난다. 해석의 역사 속에 되풀이되는 진영 논리의 함정, 과대 문자주의, 과대 영적 해석, 하나의 잣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드는 폭군적 기질 등이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해석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고, 또한 심상법 교수의 작업에 감사하는 이유이다. 그의 책이 가지는 몇 가지 장점들을 간단하게 꼽아보고자 한다.

첫째, 이 책은 균형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성경해석의 역사 속에서 강조되어 왔던 세 개의 C들—church, canon, criticism—을 균형 있게 잘 평가하고 있으며, 본문 배후의 세계와 본문 안의 세계, 그리고 본문 앞의 세계를 균형 있게 잘 아우르고 있다. 방대한 성경해석의 역사를 다루다보면 해석자가 선호하는 하나의 해석방법에 경도되기 쉽고,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균형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이 책은 성경의 세계뿐만 아니라 성경 앞의 독자들의 삶의 세계까지 성경해석과 관련된 전반적 측면들을 조화롭게 잘 살피고 있다.

둘째, 이 책은 해석의 이론이나 방법론을 단순히 소개하려 하기보다 그것이 실제로 어떤 유용성을 가지는지를 늘 염두에 두면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해석 방법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종류의 책을 쓰려고 할 때 방법론과 관련된 세밀한 부분들에 이르기까지 더 자세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은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 이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이야기는 따분해지고 책은 영영 끝을 보지 못하게 된다. 무엇을 넣고 뺄지 통찰력이 필요한데,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성경해석의 긴 역사를 통하여 오늘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볼 줄 아는 지혜의 눈이 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 책은 저자의 본문 주해의 풍부한 경험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해석학을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본문 주해에 빈약할 수 있고, 역으로 본문 주해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해석학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 양쪽 면에 다 능숙하다. 현대의 역사적 연구나 서사적 연구, 사회과학적 연구 등을 소개하면서도 적합한 신약 본문들을 통해 실제로 그런 연구들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예시해 줌으로써 본문의 풍성함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이론과 실제가 따로 노는 성경해석 현장의 안타까움까지도 잘 극복하고 있다.

넷째, 저자 자신의 영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자칫 해석자는 안 그런 척 하면서 본문을 관장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본문 위에 올려놓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본문의 종”이 되고자 하는 정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견지한다. “성경의 권위를 이용하여 자신을 높이거나 다른 사람을 조종하거나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려는 시도를” 예리하게 경계하고 있다(302쪽). 성경을 권력의 무기로 삼는 “종교 권력자”들의 “종교적 갑질”의 피해는 성경 자체의 세계를 허물어뜨린다.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자세는 이 책의 저자의 표현대로 예수님의 길의 “배우미”와 “달므미”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인용하고 있는 바이지만, 앤터니 티슬턴Antony C. Thiselton 교수는 성경해석의 역사가 “교리에서 역사로, 역사에서 문학으로 그리고 문학에서 정치학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한다(300쪽). 그런 흐름을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 티슬턴의 「해석의 새로운 지평」New Horizons in Hermeneutics(1992, 한국어 역간: SFC, 2015)이다. 이 책은 초대 교부들의 해석학을 대변하는 교리와 전통의 해석학을 출발점으로 삼아, 종교개혁 이후 서구 근대 시대를 거쳐 싹이 트기 시작한 역사에의 관심, 그리고 현대 해석학에서의 문학적 접근, 사회비판이론 관점에서의 접근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심상법 교수의 책을 통해 해석학의 흐름에 대해 기본적 관심을 가지게 된 독자라면 티슬턴 교수의 책에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영국 교회사 속에서 해석학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게 된 계기가 소위 “노팅엄 77”로 불리는 회합이다. 이 모임을 계기로 영국 교회 안에서 해석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티슬턴의 이름이 갑작스럽게 부상하게 되었는데, 이 일을 교회사가인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가 기록해 놓은 것이 있다. 그가 쓴 제임스 패커J. I. Packer의 전기, To Know and Serve God: A Biography of James I. Packer(1997)[「제임스 패커의 생애」(CLC)]에서이다. 이 책에 따르면 “노팅엄 77”은 1977년 4월 14-18일 사이 노팅엄 대학교 체육관에서 모였는데, 참석자들로 하여금 “주님 그리스도”와 “변화하는 세계”와 “하나님의 백성” 3개의 강좌 중 2개를 선택해서 듣도록 하였다. 그 결과를 맥그래스는 이렇게 적고 있다. “결과적으로, 회합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반응에 근거해서 판단할 때, 가장 의미가 깊은 강연은 앤터니 티슬턴의 토요일 강연(“변화하는 세계”)이었다.…이 회합의 가장 의미 깊은 성과는 해석학의 중요성을 고조시킨 일이다. 처음에는 이 주제가 하나의 조크의 대상이 되었다. 금요일 강연에서 데이빗 왓슨은 이런 조크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총대 한 분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나는 헤르만 뉴틱스(Hermann Neutics, 해석학을 가리키는 hermeneutics에 대한 조크)가 독일 신학 교수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회합이 끝나갈 시간이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해석학적 질문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긴 안목에서 보았을 때 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참석한 노팅엄 회합의 성과는 해석학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이런 성과와 관련된 지도적 인물은 앤터니 티슬턴이었다.”

이 시기는 티슬턴 교수가 쉐필드 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던 시기이며, 또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두 지평」 The Two Horizons(1980년)이 거의 마무리 되던 시기이다. 박규태 목사의 노력으로 올해 한국 IVP에서 새로 번역되어 소개된 「두 지평」은 이런 배경 속에서 태어난 책이다. 그 당시 성경해석을 거의 지배하고 있던 하이데거와 불트만 식의 실존주의 해석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다. 성경 본문의 지평과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지평 사이의 지평융합이라는 해석학의 중심 논제를 잘 부각시켰다는 면에서 대단히 의미가 깊은 책이다.

「두 지평」 은, 이 책이 나온 때로부터 약 12년이 지난 뒤에 나온 「해석의 새로운 지평」과 함께 읽을 때 더욱 유익이 크다. 왜냐하면 앞의 책에서 주된 논제로 다루었던 실존주의 해석의 모델은 화행론(speech-act theory) 모델의 이해를 통해 더 잘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존주의 해석이 해석학적 지평융합을 야심차게 시도하지만, 성경본문의 세계를 심각하게 훼손 또는 희생시키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에 비해, 화행론 모델은 저자(발화자)의 세계와 텍스트의 세계, 나아가 독자(청중)의 세계 모두를 다 같이 존중하고 아우르는 모델이다. 그런 점에서 화행론은 어느 하나의 세계를 마치 전부인 것처럼 단편화시키는 시도들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이다. 역사적 접근이 저자의 세계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이나, 문학적 접근이 텍스트 자체의 세계에만 머물려 하는 것, 독자반응비평이 독자의 세계를 전부로 삼으려 하는 것은 모두 극복되어야 할 시도들이다.

해석의 역사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무엇인지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오늘의 상황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날의 긴 역사의 과정들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성경해석의 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힘들고 복잡한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심상법 교수가 잘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시대는 슬프게도 참 진리와 의미와 가치를 추구(탐구)하기보다는 개개의 독자 혹은 그 독자가 속한 해석 공동체의 이념과 수사의 정치학 또는 경제학으로 나아가며, 더 나아가 물질과 쾌락과 권력추구의 시대(권력이 진리인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301쪽) 이런 시대에 성경해석의 과제는 이제 전쟁터에 서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시 한 번 우리는 진리 때문에 순교하며 조롱과 박해를 받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그 박해가 과거 검투사의 칼이나 사자의 이빨과 같은 방식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철저한 냉소와 무관심과 적대감의 형태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런 전쟁의 마당에 임하여 있음을 교회가 아는가? 아무래도 감각을 잃어버린 듯하다. 담임목사 세습과 권력 대물림, 기득권의 집착, 이런 것들은 교회 안에 존재하는 복음의 적이다. 교회 밖의 적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교회 안의 적이 더 무섭다. 스스로 진리를 부정하고 스스로 복음을 깨트리기 때문이다. 진리를 위하여 살고자 하는 순수한 하나님 백성의 몸부림을 안에서부터 비웃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교회라고 불러야 하나? 해석의 전쟁터에서 이기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믿는 바를 삶으로 진실 되게 살아내는 것, 오직 십자가의 길 뿐이다. 역사를 통하여 배우지 않으면 망할 길 밖에 남는 것은 없다. CTK 2017:12
 

최승락 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 영국 노팅엄 대학교에서 앤서니 티슬턴 교수의 지도를 받아 해석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텍스트에 어드레스가 있는가?」(CLC), 「성경해석 산책」(SFC) 등의 저자이며, 앤서니 티슬턴의 「해석의 새로운 지평」(SFC)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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