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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끝에서하나님께서 창조세계의 가장 외딴 곳에서만 드러내시는 것이 있다.
브레트 배도르프  |  Brett Baddo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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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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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센 스캇 남극 기지는 세상의 밑바탕 3미터 두께 빙하 위에 서 있다.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과도 약 13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으니 지구에서 가장 외진 곳의 하나일 테다.

이곳에는 미국 남극 프로그램United States Antarctic Program의 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소수가 거주하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세종기지를 시작으로 장보고기지(2014) 등 두곳에서 남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1956년 이후로 남극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오늘날에는 과학자들이 남극의 독특한 환경과 지리를 활용하여 천문학, 중성미립자, 지진학,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한 기후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제대로 일하려면 보조원 두세 명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몇 날 며칠이고 해가 떠 있는 여름에는 남극 인구가 150명 넘게 급증하기도 한다. 빛이 없는 기나긴 겨울 동안에 50명 이하로 떨어지는 데 비하면 엄청나게 조밀한 인구다.

나도 남극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선교사로 파송된, 그들 중 한 사람이다.

남극에는 영구 거주자가 없다. 30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50개에 이르는 연구 기지(더하여, 여름에만 운영한 연구 캠프) 중 어느 한 곳에 임시로 살면서 일한다. 기지는 달이나 화성 표면에서나 상상할 법한 초현대적 공간처럼 생겼다. 연구자들은 정해진 기간에만 고용되고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나는 아내의 꿈을 좇아 남극에 왔다. 의사인 아내는 대학에서 남극 프로그램에 대해 배웠고, 남극 기지에서 일하는 것이 인생 목표가 되었다. 기독교 사역 쪽으로 훈련 받은 내게는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나도 그곳에 가는 것에 점점 더 매료되었다.

나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긴 밤을 지내면서 배운 것은 단순히 경험적인 데이터보다 더 심오하다. 나는 고립과 6개월의 어둠이 이곳에 사는 그리스도인들과 다른 사람들의 영성 생활을 흔들어놓으리라 기대했다(혹은 그런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 경험을 분석할수록, 정반대의 상황을 깨달았다.

고립과 어둠은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반대로, 다른 어떤 경험이 그토록 독특하게 우리를 역사상 가장 큰 어둠과 외로움과 씨름한 그분께 가까이 이끌 수 있을까?
 

     

고독이 주는 축복

남극 생활은 하늘 높이 떠 있다. 우리 기지는 얼음 위로 약 6미터 솟은 기둥 위에 위치해 있다. 눈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서다. 기지는 생활 공간, 업무 공간, 휴식 공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사람들이 침실 칸이라고 부르는 장소는 매우 좁고, 아주 기본적인 생활 도구만 갖추었다. 식사와 기타 행사는 커뮤니티 방에서 이루어진다.

겨울에도, 기지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걸어가는 통행인과 가끔씩 마주칠 수 있지만, 건물이 비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20명 정원의 컴퓨터실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은 남극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다양하지만, 많은 사람이 소극적이다. 이런 습관은 겨울이 길어지면서 더 심해진다. 오후가 되면 많은 이들이 방이나 개인 공간으로 돌아가 다음 날을 위해 휴식을 취한다.

나는 아내와 함께 있어 운이 좋은 편이다. 이런 경험을 가족—동시에 아내는 가장 친한 친구이다—과 함께 나누면서 말할 수 없는 힘을 얻는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유익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공동체에 싫증이 나면(다행히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 늘 상대를 의지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정말 재미있고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 있고, 게다가 우리는 그들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까지 있다.

나는 변전소에서 일한다. 아치형 구조물들을 연결하여 지은 이 큰 건물은 대개 10미터쯤 되는 눈과 얼음에 묻혀 있기 일쑤다(아문센 스캇 기지 전체와 대형 파이프와 설비 아래를 관통하는 얼음 터널 위로 고작 1미터도 안 되는 위치에 있다). 내 ‘사무실’은 대형 계단을 통해 높은 기지와 연결되어 있다.

직장까지 얼마 안 되는 통근 거리를 실내를 통해 걸어갈 수도 있지만, 나는 일부러 밖으로 나가 좀 더 먼 거리를 돌아가곤 한다. 매일 걷는 이 길이 내게는 가장 호젓한 시간, 특별한 기도 시간이다. 잠시 멈추어 얼어붙은 풍경을 음미하고, 하루의 일과를 준비하면서 내 영적 상태를 견고히 다지는 시간 말이다.

남극의 겨울에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긴 사람은 많지 않다. 내 일은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일이라 감사하다. 헤드램프 하나만 쓰고 어둠 속을 자주 헤매지 않았다면, 세상과의 깊은 고립감을 수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얼음 대양 위로 해가 비추는 여름에는 이 광활한 대륙을 보기 쉽다. 하지만 어두운 겨울 속을 걸으면서 나는 이 가혹한 환경에 홀로 남은 현실을 뼛속 깊이 느낀다.

당신은 현대인들에게는 남극의 극단적 고립—가족과의 별거, 일상 공동체의 부족, 주요 생활방식의 변화—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검사하는 심리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진작 깨달았어야 하는데…. 그리스도는 조용한 곳으로, 특히 저녁에 자주 물러가셨다. 우리의 환경이 수많은 부작용과 긴장을 끌어내지만, 특히 이곳의 그리스도인들은 고독을 멀리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초대교회 때부터 신자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돈독히 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고요를 추구했다. 수도원의 아버지로 알려진 4세기 그리스도인 이집트의 안토니우스가 생각난다. 그는 처음에는 홀로 있기 위해 사막으로 들어갔지만, 금세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람들에게 고립을 영성 훈련의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과 냉혹한 고독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법을 가르쳤다.

이곳 그리스도인들 중에 남은 인생을 이집트든 남극이든 사막에서(비가 조금 내릴 뿐이지, 남극은 사실상 사막이나 다름없다)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인생의 일정 기간을 떨어져 지내는 유익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최소한 영적 성장을 목표로 남극에 왔다면, 이곳에서 편의 시설을 덜 누리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남극을 벗어난 현대 사회에서는, 홀로 있을 만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현실 공동체와 가상 공동체에 둘러싸여 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묵상의 시간을 따로 떼어놓으려 할 때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은 그 시간을 찾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도전거리일 것이다.

   
 

고독의 영성

성경에 나오는 사막과 광야는 피정과 기도의 장소일 뿐 아니라, 방황과 기다림의 유배 장소이기도 하다. 존은 기지에 거주하는 이들 중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다. 그는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인데 나와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는 내게 머뭇거리는 말투로 여기 오기 전에 악화된 자신의 25년 결혼 생활과 그 회복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함을 토로했다. 자신의 기대와 달리, 장성한 자녀들과도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어떻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하려고 여러 해를 노력 했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두 눈에 어렴풋이 희망의 빛이 스쳤다. 남극에서 홀로 지낸 시간이 “생각을 달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전부 내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확실히 나도 일부분 역할을 했다는 건 압니다. 어쨌든 관계는 두 사람이 맺는 거니까요.”

고독 덕분에 존은 절망적인 고통의 상황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이유는 끝까지 모를 것 같아요. 노력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는 말을 잇는다.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면서 내가 신성한 힘과 맺은 인격적 관계가 성장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학 공동체에서 대개 그렇게 표현하듯이, 그는 하나님을 “신성한 힘”a higher power이라고 부른다.) [전문 보기: 땅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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