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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왕뚜껑에서 찾은 산상수훈
임지원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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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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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여름, 강화도에 있는 캠핑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남편의 가장 오랜 친구이면서, 나에겐 교회 오빠이기도 한 그 집사님 가정은 소문난 캠핑 마니아다. 고맙게도 가끔씩 게으른 우리 부부를 불러준다. 사실 오래전에는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었다. 하지만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 등등, 바빠진 아이들의 학업 스케줄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보고 싶은 마음에 큰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작은아이만 데리고 캠핑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 예상치 못한 얼굴이 하나 있었다. 그 집 둘째, 우리 큰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언니~ 언니~” 재잘재잘 대던 귀여운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얼굴엔 잔뜩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나 건들지 마세요’ 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진짜 오기 싫은데 억지로 따라온 느낌이었다.

“어머, 언제 이렇게 컸어!” 앗 실수였다. 너무 흔한 레퍼토리. 역시 반응이 없었다. “어머, 예뻐졌네!”는 어땠을까? 아니다. 과거엔 못났다는 이야기로 들릴 거다. “예쁘네〜!” 괜찮을 거 같다. 가볍게 던지면, 첫 멘트로 적당할 것 같기도 하다. 그 나이 땐 외모가 중요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 귀엽던 아이 눈치를 보게 되고,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고….

그러다 이상하게 마음이 아파왔다. 나는 중학생이 얼마나 어려운 시기인지 조금은 안다. 아직 크지 못한 상처투성이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더 아프게 찔러대는 곳. 내 편이라 믿었던 친구가 톡방에서 나를 모욕하고,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어마어마한 공포. 그 공포가 언제든 나에게 올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차라리 마음의 문을 닫고, ‘나는 너보다 강해. 그러니까 꺼져’ 하는 표정을 짓는 아이들. 그 세계엔 어른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내 아이가 견뎌주기를, 이 모든 것이 지나가기를, 조금만 더 참아주기를…. 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많이 울면서 기도하곤 했다.

“이모, 방탄 콘서트 친구들하고 가고 싶은데, 엄마가 못 가게 해요. 말 좀 해줘요.”

그 정신없는 콘서트 장을 친구들과? 그래 너희들 말로 ‘헐~’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 큰아이도 고1 겨울방학에 제가 좋아하는 래퍼가 나오는 힙합 콘서트를 가겠다며 아빠를 구슬려 티켓을 사려다, 당일 나에게 들통이 난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살벌한 응징과 함께 무산되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니 나는 다정하고 우아하게 마치 그 분야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처럼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이야〜 방탄 좋아하는구나! 그 애들 음악이 그렇게 좋아?”

나는 어쩌면, 잘생겨서? 멋져서? 뭐 그 정도를 생각하고 질문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이모, 방탄 노래 들으면 애들 다 울어요.”

“울어? 왜?”

“‘둘! 셋!’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그 노래 부르면 다 울어요.”

그 노래의 부제는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이었다. 가사 중 클라이맥스는 바로 여기. “괜찮아, 자 하나둘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내 손을 잡고 웃어. … 그래도 좋은 날이 훨씬 더 많기를 믿는다면 하나둘셋! 믿는다면 하나둘셋!”

폭발하며 발산하는 춤과 멜로디, 아이들의 답답한 마음에 한잔 사이다 같은 거친 가사, 목청이 터져라 “하나둘셋!”을 외치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해봤다. 그 아이들에게 슬픈 기억들이 얼마나 많을지 알기에 가슴이 아파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는, 두 어깨를 짓누르는 나쁜 기억들. 그걸 지우고 싶어 눈물을 흘리며 “하나둘셋”을 외친다니. 아 하나님, 마음이 너무 아파요.

듣다 보니 나에게도 위로가 찾아왔다. 괜찮단다. 힘들어서 짜증나서 아이에게 소리 질렀던 순간은 잊으란다. 우리 우연이 병원에 있을 때, 퇴원할 수 있을지 없을지 무섭고 답답했던 기억을 지우란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웃으란다. 그래도 좋은 날이 훨씬 더 많을 거라며. 나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이 노래를 전했다. 괜찮아, 힘든 육아는 잊어, 설거지 빨래 청소는 지워. 수다를 떨면서 웃어! 자꾸 듣다 보니 부흥집회 생각이 난다. 믿는다면 하나둘셋! 믿는다면 하나둘셋! 믿습니까! 아멘 믿습니까! 아멘. [전문 보기: 방탄소년단과 왕뚜껑에서 찾은 산상수훈]
 

임지원 주부. 딸 둘과 남편, 넷이서 경기도 일산에서 씩씩한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노출 사진: BTS 홈페이지 http://bts.ibigh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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