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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은 불탔어도위기의 때에 내게 보내주신 도움의 손길들
김경원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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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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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이겨낸 나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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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에 목회 사역을 마감했다. 1971년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여 서울에서 교육전도사로 처음 시작한 사역이, 졸업 후에 대구(서문교회)에서 부교역자로, 그리고 다시 진주(성남교회)에서 스물아홉 살에 담임목사로, 그리고 다시 나의 첫 사역지였던 서울의 서현교회에서 38년의 담임목사 사역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47년을 쉼 없이 사역했다. 지난 모든 사역의 시간을 회고하면 두 단어가 남는다. 은혜와 감사….

모든 목회자들이 그러하듯이, 짧지 않았던 나의 사역의 시간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때로는 큰 기쁨을 누렸고, 또 때로는 참 많이 아팠다.

그런데 왠지 기뻤던 일보다 아팠던 일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팠지만 그래서 더욱 은혜와 감사가 컸던 일, 또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일이 있다.

서른 둘, 목회자로서는 아직 ‘어린’ 나이에 나는 서울의 작지 않은 교회의 담임목사로 부름받았다. 전임 목사님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개척과 성장을 이룬 교회였기에 어린 나이에 후임이 된 나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사역이었다. 그래도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교회는 안정된 가운데 성장을 이루어 갔다. 그렇게 서현교회 사역 4년이 되었을 때였다.

1983년 1월 16일, 주일 저녁이었다. 예배당에 화재가 발생했다. 그날 나는 다른 교회에서 헌신 예배를 인도하고 있었다. 설교를 마친 나에게 쪽지 하나가 전해졌다. ‘예배당 화재. 빨리 오십시오.’

‘아마 청년부가 사용하는 작은 방에서 난로 과열로 작은 불이 났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리 교회 근처까지 왔고, 나는 경악했다. 교회 건물 전체가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경찰관들이 화재 현장을 막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인근 주택으로 불이 번지지 않게 진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우리 성도들은 발을 동동 굴리며 울고 있었다. 멍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나를 본 교인들이 오열했다. “목사님 어떻게 해요….” 화재 현장에는 이미 어느 방송사가 와 있었다. 우리 교회 화재는 그날 9시 뉴스에 전국에 생중계 되었고, 다음날 일간신문 사회면에 톱기사―‘일요일 예배당에 원인 모를 화재’―로 실렸다.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이 몰려왔다.

다음 날 새벽, 불타지 않은 유치원 건물에서 기도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하나님,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이 화재를 통해 하시는 말씀이 무엇입니까?’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런 생각마저 올라왔다. ‘너 목사 자격 없다. 그만두어라. 예배당 불태운 목사가 무얼 한단 말인가?’ 그러자 별 생각이 다 꼬리를 물었다. ‘목사 그만두고 무엇을 할 것인가?’ ‘중등교사 자격증이 있으니 교사를 할까?’ …

그렇게 내가 풀이 죽어있을 때, 우리 성도들은 힘을 모아 불탄 예배당 잔해를 치우고 복구를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의기소침해진 나를 오히려 우리 성도들이 격려했다. “목사님, 힘내세요!”

한편에서는, 화재 원인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실화ㆍ누전ㆍ방화, 세 가지 가능성을 두고 수사가 진행됐다. 실화도 누전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자, 경찰은 마지막으로 방화 혐의에 무게를 두었다. 경찰은 우리 교회에 문제가 될 만한 사람은 없는지, 교회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목회자인 나와 갈등을 빚은 사람은 없었는지, 탐문하기 시작했다. 혐의를 둘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 경찰은 목회자인 나의 주변 사람들까지 수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먼저 나를 따로 불렀다. 그때 이 사실을 안 우리 교회 윤동원 장로님이 경찰 앞에 나섰다. “우리 교회는 장로교회입니다. 장로교회는 장로가 책임지는 교회라는 뜻입니다. 우리 목사님에게 손대지 마십시오. 장로인 나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렇게 윤 장로님은 목사인 나를 보호했다.

그때 우리 교회는 화재 뒷수습에 다들 정신이 없었다. 잔해를 치워야 했고, 당장 주일 예배 드릴 장소를 준비해야 했다. 예배당 건축 걱정, 헌금 걱정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에게도 당장 곤란한 일이 생겼다. 화재로 내 서재도 전소됐다. 서적은 물론이고, 신학교 시절 강의 노트, 설교 자료, 그리고 설교 노트까지 모두 잿더미가 되었다. 남은 것은 그 날 헌신 예배 때 가져갔던 성경찬송과 설교 한 편이 전부였다.

그때 최치영 장로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목사님, 주일에 당장 설교해야 되지 않습니까? 책도 다 타버렸는데 어떻게 합니까? 우선 주석이라도 한 질 사서 준비하십시오.” 그러시면서 나에게 봉투를 건네셨다. 화재로 다들 경황이 없을 때, 최 장로님은 목사의 형편을 헤아리고 설교를 준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셨다. 최 장로님이 주신 그 돈으로 나는 박윤선 목사의 주석 한 질을 마련해 설교 준비를 했다. 창세기 1장에서 시작한 나의 연속 강해 설교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예배당 화재,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큰 시험에 빠질 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그 충격과 아픔을 합심하여 극복해 나갔다. 나는 그 시련의 때에 온 성도가 하나 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도 큰 충격에 빠졌을 목사인 나를 가장 먼저 염려하고 배려했다. 윤동원, 최치영 장로님과 우리 성도들, 그들은 모든 일에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께서 어쩌면 깊은 실의에 빠질 수도 있었던 어린 목회자에게 보내신 큰 도움의 손길이었다. CTK 2018:11
 

김경원 서현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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