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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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 강영안
  • 승인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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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율법교사의 대화를 통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잠을 자고 먹고 마시고 일하고 쉬고, 타인을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먹고 마시고 자는 것 못지않게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이렇게 하는 가운데서 느끼고 생각하고 일정하게 반응을 보이며 타인과 소통하는 것도 우리의 일상에는 매우 중요하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끝맺음하는 사람에게도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책은 읽지 못해도 매일 성경을 읽는 사람에게는 음식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경을 읽고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사람이 동물과 다르게 행동하는 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아니, 이 물음에 앞서 읽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책을, 성경책을 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누가복음 10장의 율법교사와 예수님의 대화를 통해서 이 물음에 답을 찾아보자.

 

 

책을 읽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먼저 이 물음부터 던져보자. 책을 읽을 때 ‘읽는 일’, ‘읽는 활동’이 발생한다. 읽는 활동은 예컨대 먹는 활동이나 걷는 활동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그런데 다 같이 읽는 활동이라 해도 무엇을 읽는가, 무엇을 위해 읽는가, 어떤 목적으로 읽는가에 따라 읽는 활동의 성격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모르는 영어 단어의 뜻을 찾느라 사전을 본다고 하자. 사전을 찾아 볼 때 내가 하는 행위는 분명히 읽는 행위이고 읽음의 결과로 나는 단어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정보를 제공받는 것으로 나의 사전 ‘읽기’는 끝난다. 간판을 읽거나, 거리 표지판을 읽거나, 가구 조립 설명서거나 하는 읽기는 모두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가 통상 읽는 책들의 경우, 책의 성격에 따라 읽기의 과정과 읽기의 목적이나 읽기의 방식이 다르지만 공통의 목적은 정보 얻기에 그치지 않고 읽은 내용을, 그리고 읽은 내용이 가리키고 있는 현실과 실재를 이해하는 데 있다.

내가 손에 책을 들고 읽는다고 해 보자. 나는 종이 위에 찍힌 활자에 시선을 보낸다. 활자를 문자로 해독하고 그것을 순서대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고 문장과 문장을 연결해 나가면서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아 나간다.

예컨대 누가복음 10:25을 펼쳐 들고 성경을 읽는다고 하자. “어떤 율법교사가 일어나서, 예수를 시험하여 말하였다.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겠습니까?’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율법에 무엇이라고 기록되었으며,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

이 구절을 읽을 때 율법교사와 예수님이 질문을 주고받고 있고 질문이 영생에 관한 것이며, 예수님은 질문에 답을 주기보다는 되묻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읽는다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는 책을 눈앞에 두고 눈으로 보고 차례대로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이어가는 행위이며 마음으로는 이어지는 단어와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서 이해가 발생한다. 어떤 상황, 어떤 주제, 어떤 내용인지 알아듣는 일이 읽는 행위를 통해서 발생한다. 읽을 때는, 그러므로 몸과 마음이 나누어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 개입한다. 단지 눈으로만 읽을 수도 없고 단지 마음으로만 읽을 수도 없다.

몸과 마음이 읽는 대상과 읽는 내용에 개입하여 읽는 내용이 보여주는 현실—실재, 문제, 주제, 물음—을 상상력을 통하여 내 머릿속에 그리는 행위가 일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읽기는 읽지만 읽음의 현상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다. 읽음의 행위가 꽉 찬 현상, 채워진 현상으로 주어지려면 몸과 마음, 나의 상상력과 추리, 나의 생각이 그 가운데 개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주어진다면 이로 인해 이해가 발생하고 이해를 뒤따라 기쁨과 만족이 온다. 어떤 읽기는 기쁨과 만족으로 끝나는가 하면, 어떤 읽기는 그로 인해 사람이 빚어지고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참된 읽기에는 이 모두가 수반된다고 볼 수 있다.
 

예수님과 율법교사의 대화를 읽자.

이 텍스트를 읽을 때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지금 읽을 텍스트, 누가복음 10:25-37은 예루살렘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율법교사가 예수님을 시험할 목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겠습니까? 예수님은 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되묻는다. “율법에 무엇이라고 기록하였으며,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고 있느냐?” 율법교사는 대답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였고, 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였습니다.”

이 대답에 다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네 대답이 옳다. 그대로 행하여라. 그리하면 살 것이다.”

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러자 율법교사는 자신이 질문한 까닭이 단순한 시험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하여 예수님께 다시 물음을 던진다.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사마리아인 비유는 그렇게 해서 나왔다.

이 텍스트를 읽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전문 보기: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강영안 미국 칼빈 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 철학신학 교수, 서강대 명예교수. 최근에 쓴 책으로는 「일상의 철학」(세창출판사), 「믿는다는 것」(복있는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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