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길에 숨겨진 풍요로운 삶의 비밀
상태바
내면의 길에 숨겨진 풍요로운 삶의 비밀
  • 성유원
  • 승인 2019.0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유의 정원으로 들어가며

 

그는 망원경으로 자신의 영혼을 바라보았다.
온통 어지러웠지만 그것은 아름다운 별자리처럼 보였다.
그는 세계 속에 감추어진 세계를 그의 의식에 보태었다.
―코울리지Coleridge의 ‘노트’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 쉼 없이 달리는 쥐 이야기를 담은 ‘작은 우화’가 있다.

 

쥐는 이렇게 말하며 달렸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엔 하도 넓어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마침내 저 멀리 좌우로 벽이 보여서 행복했었다. 그런데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서로를 향해 마주 달려오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구석에는 덫이 있다. 나는 그리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

그 말을 들은 고양이가 “너는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돼.”라고 말하며 쥐를 잡아먹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이 우화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쥐가 처한 실존적 상황에 주목하게 된다. 세상이 넓게 느껴질 때도, 좌우로 벽이 생겨서 좁게 느껴질 때도 쥐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놀라우리만치 짧은 길이로 재단한 이 이야기가 묘한 울림을 일으키는 이유는, 쉼 없이 달리는 쥐와 그를 몰아가는 불안 속에 우리의 모습이 비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장벽이 사라졌지만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한 덩어리로 유동流動하는 사회에서 달리는 사람들. 이들의 마음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이 바로 ‘달리는 쥐’의 ‘불안’이다.

내가 만나 본 많은 젊은이들도 삶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도, 외국에서 오랜 기간 유학하고 돌아와 일을 찾는 삼십대도 다들 그렇게 불안해했다. 마치 불안이 무의식에 자리 잡아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젊은이들을 여럿 만나면서 내게는 ‘불안’이라는 말이 해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처럼 따라다녔다. 카프카와 같은 예술가들에게 창조의 밑거름이 되는 근원적 차원의 ‘불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은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서 진단한 대로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게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지배하는 불안이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내면이 비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 삶을 받쳐줄 지지대, 본질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라야 강해질 수 있는 지지대가 없을 때 생기는 불안이었다.

존재를 받쳐주고 정체성을 유지해주며 지향점을 갖게 해주는 본질적 가치는 내면에서 자라난다. 내면에서 뜻깊은 만남을 통해 싹트고 성장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 젊은이들은 의미 있는 만남도, 그러한 만남에서 얻은 가치를 체화할 틈도 없이 성인이 된다.

후대에 좋은 영향을 준 역사적 인물들, 고유한 자기를 실현했던 사람들은 마음의 소리에 집중했다. 세상에서 환영하는 삶을 좇지 않고 내면의 우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정신의 스승들을 만나고 사유하며 인생의 방향을 모색하는 가운데 자기를 찾았다.

그렇게 내면의 길을 따랐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건네는 말이나 살아온 인생에 비추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다 보면 삶의 진정한 가치와 방향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나아가 사유한 것을 체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간다면 외적인 상황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는 중심도 생길 것이다.

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좀먹어가는 물질 과잉의 시대, 가공할 만한 테크놀로지의 폭포 속에서 입구도 없고 출구도 없는 리좀Rhizome의 현실에 둘러싸인 이 시대에, 분주하거나 불안한 젊은이들이 ‘사유의 정원’에서 진정한 자기를 만나고, 내면에 ‘감추어진 세계를 의식에 보태었으면’ 한다. 밤하늘의 별만큼 아름다운 영혼에 드리운 하나님의 섭리와 그 섭리의 리듬 속에서 인생이 만들어짐을 믿으며. 성유원

 

 

‘사유의 정원’의 문을 엽니다. 정원 지기 성유원은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2017년까지 예원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어린 예술가들과 풍요로운 나눔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퇴직한 후에는 대학생과 대학원생과 직장인으로 구성된 인문학 독서모임을 이끌며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사유의 정원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정원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이 정원에서 나눌 이야기들, 그리고 함께 동반할 여러 문인들, 예술가들, 사상가들을 소개합니다(글 싣는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연재에 그림을 그리는 고여정은 성유원 선생님의 제자이자 함께 독서하며 생각을 나누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생입니다. CTK 2019:5

 

진정한 삶,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_헤르만 헤세

영혼의 무한한 확장, 자유_앙드레 지드

•기적을 일으키는 비밀, 사랑_빈센트 반 고흐

•사막에서도 꽃을 피우는, 생명력_알베르 까뮈

•위대한 힘의 원천, 습관_파블로 카잘스

•피상을 꿰뚫어보는 통찰_렘브란트 판 레인

•고통의 넘어서게 하는, 신념_루트비히 판 베토벤

•완벽을 추구하는, 노력_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 순수_시몬 베유

•초월적 성장의 에너지, 열정_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창조의 샘, 고독_폴 세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상상력_스코트 니어링

•존재를 받쳐주는 기둥, 정직_프란츠 카프카

•역사를 움직이는 수레바퀴, 정의_함석헌

•방향을 전환하는, 용기_쇠렌 키르케고르

•자연에서 배우는, 겸허_프랑시스 잠

•어둠으로 빛을 빚어내는, 끈기_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절대적 현실을 창조하는, 초극_프리드리히 니체

•단순하고도 높은 경지, 천진함_장욱진

•날마다 거듭나는 삶, 젊음_요한 볼프강 폰 괴테

•세상을 하나로 이어주는, 공감력_윌리엄 셰익스피어

•무욕이 만들어 낸, 평화_마하트마 간디

•수난을 통한 구원의 길, 신앙_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운명에 대한 사랑, 혹은 삶의 의미 찾기_빅토르 프랑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