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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이겨내야 할 유혹그 유혹을 이겨낸 이야기의 힘
조성돈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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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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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 이 달의 책

 

 

   
 

이책은 자살에 관한 책이다. 굳이 ‘자살’이라는 우리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단어를 이렇게 첫 문장에서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내어 놓는 것은 그게 이 책의 의도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저자 김민정 목사는 19년 전 자살의 위기 앞에 서 있었다. 그가 자살로 내몰리게 되었던, 아니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에서 이제 벗어나서 자살을 선택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쓰고 있다. 그런데 당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그 죽음 앞에 서봤는데’라는 경험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의 1장 첫 문장은 ‘17층 난간에 올라섰을 때’이다.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푸는 것이 아니라 ‘17층 난간’, 곧 인생의 그 마지막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살 예방에 관한 책은 대부분 두 부류이다. 먼저는 전문가들의 것으로, 화려한 이론으로 무장하여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들이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도 딴 얘기들로 채워진 책들이다. 또 다른 것은 수기인데, 대체로 자기 연민이 너무 묻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자살에 직면했던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다. 그런데 자기 이야기를 다루는 수기가 아니라 자살 예방을 위해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권면하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상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자기의 경험을 풀어내고, 거기서 머물지 않고 대안을 내놓는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비전이 있었고 순교의 각오도 있었다. 그런데 교회도 깨지고 가정도 깨어진 상황에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가 밝히고 있듯이 방탕하다 고난을 당하면 주께로 돌아가면 해결책이 있었을 것인데, 주 안에 있다가 그런 고난을 당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상황에 이른 것이다.

 

‘침대 위를 시계바늘처럼 돌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기도도 아니고 그저 고통의 외침이었다.

“아, 이런 게 세상이라면….”

내가 다시 시작한다고 한들

똑같은 세상을 또다시 살아나가는 게

두려웠다.’

 

‘침대 위를 시계바늘처럼 돌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는 표현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마음의 고통이 몸으로 드러나는 그 모습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적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다행히 저자는 그 상황을 거치면서 살아남았다. 그가 이야기하듯 그의 인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여덟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을 그는 여덟 가지 유혹이라고 부른다. 자살충동, 복수심, 도피, 무너진 자존감, 무가치함, 두려움, 상실감, 그리고 소외감이다. 오랫동안 자살에 관해 연구를 해 오고 자살 예방 활동을 해온 저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정확한 지적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이야기하는 호르몬이나 약물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같은 신학자가 이야기하는 당위의 이야기도 아니고,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정말 죽으려고 17층 난간에 섰던 사람이 그때를 돌아보며 하나하나 곱씹어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를 돌아보며, 한 주제, 한 주제를 골라내어 읽는 이가 알아듣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지나보니 그게 얼마나 허구였는지, 아니 그게 어떤 유혹이었는지를 정리해 낸 것이다. 그리고 죽음의 유혹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내게는 여섯 번째 유혹인 ‘두려움’에 대한 부분이 가장 많이 와 닿았다. 이 장의 부제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두려워’이다. 실패와 좌절을 겪는 사람들은 현재의 그 어려움도 크지만 실은 그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데 더 큰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한 번의 고통이라면 이겨낼 수 있고, 미래에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으면 버틸 수 있지만 내 힘으로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면 그 실패와 절망은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두려움 가운데 저자는 살아남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를 살았다.

1년 뒤, 한 달 뒤, 일주일 뒤를 생각하는 것이 두려웠다.

소망, 기대감 같은 건 없었다.

어떤 것도 소망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하루’만 살았다.

오늘 하루는 살 수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역량이었다.

하루 숨 쉬고 있는 것!’

 

어느 순간 하루 살아남는 것이 큰 사명일 때가 있다. 내 주변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출구마저 없을 때, 침대 위를 시계바늘처럼 돌며 짐승처럼 울부짖게 될 때 말이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그 유일한 한 가지를 이루어 가는 것이 내게 목적이 될 때도 있다. 그래도 그 목적 하나가 있어서 살 수가 있다.

죽음을 마주 하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고통일 것 같다. 죽음의 그 순간, 그리고 죽음 이후에 경험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가장 큰 고통이다. 그런데 저자는 유혹이라는 표현을 썼다. 죽음에 대한 유혹이다. 지옥과 같은 현실을 피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달 것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 유혹들을 하나하나 정리하여 그 유혹의 실체들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어떻게 이겨냈는지,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그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시와 같은 수려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거기에 경구처럼 촌철살인의 한 문장을 박스로 따로 정리를 해 주었고, 각 장마다 기도문을 올렸다. 마치 기도마저 잃어버린 영혼들에게 눈과 입으로라도 고백하라고 안내하듯이 말이다.

한 해에 자살하는 사람은 1만 2000명이 넘는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의식조사를 보면 지난 1년

   
 

간 자살 충동을 느낀 사람은 전체의 약 30퍼센트 가량 되었다. 오랜 시간이 아니라 바로 지난 1년 간 죽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성인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약 20퍼센트 정도가 나왔다.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그 사람들의 20퍼센트가 1년간 죽음의 유혹 가운데 살았다는 것이다. 자살은 먼 나라, 먼 사람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내 문제이고 우리 주변의 문제이다.

누구나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죽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을 돕고 싶은 사람 모두 이 책은 필수이다. 더군다나 목회자나 소그룹 리더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 자살이 없는 생명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한다. CTK 2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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