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나를 비운 자리에 들어선 하늘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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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나를 비운 자리에 들어선 하늘의 자리
  • 성유원
  • 승인 201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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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묵상오래된 기도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이문재ISTOCK기도는,나를 비운 자리에 들어선 하늘의 자리성유원기도의 시작은 내 속에 가득한 ‘나’를 비우는 것이다.내 안에서 세상을 향해 달리는 ‘나’를 멈추는 것이다.가만히 눈을 감으면 걸음이 멈춰진다.분주한 세상걸음을 멈추면 마음의 눈이 열린다.나를 비운 자리에 하늘이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멈추어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두 손을 맞잡고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누군가의 이름을 깊이 부르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기도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무한을 느끼는 것.이 세상의 것이 아닌 다른 세상의 법칙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다른 차원을 품으면 반복되는 일상도 기도가 된다.식탁 앞에 앉아 감사의 마음으로 천천히 음식을 먹는 일도자동차를 타지 않고 걸으며 하늘과 땅을 느끼는 일도천국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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