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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교회론에서 조우하다
정지영  |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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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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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 정지영의 너 잘 만났다
 

   
 

복음주의 신학과 역사를 탁월하게 압축해 놓은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근본주의를 갱신하고 자유주의와 경쟁하며 성장한 복음주의가 다음 세대 서구 기독교에서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뉴스위크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던 1976년을 ‘복음주의자들의 해’로 명명한 이후, 복음주의는 미국 개신교에서는 대표적인 신앙 집단으로, 세계 기독교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신앙 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성장이 오순절주의에 집중해 있고 성장세 또한 둔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복음주의는 여전히 가장 왕성한 신앙 운동임은 분명하다.

동시에 맥그래스는 복음주의가 세계 기독교를 주도하고 외연을 더 확장하려면 신학적으로 미심쩍은 부분과 약점을 철저히 점검해야 함을 지적한다. 그는 신학적 문제로는 양적 확장에 따른 모호해진 정체성, 영성에 대한 천박한 인식, 사회적 참여의식의 부족을, 복음주의가 실천적 영역에서 직면한 문제로는 지나친 죄의식 및 탈진, 복음적 독단주의, 카리스마 있는 인물에 대한 숭배 등을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복음주의가 이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은 한 기독교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그의 예언적 메시지에 동의라도 하듯, 영미 복음주의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자성적 책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마이클 호튼의 미국제 복음주의를 경계하라, 데이비드 웰즈의 신학 실종, 거룩하신 하나님, 윤리 실종, 스카이 제서니의 하나님을 팝니다 같은 책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적잖은 이들은 복음주의의 강점 중 하나인 유연한 교회론을 복음주의 ‘운동’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는다. 물론 맥그래스는 복음주의 안의 엄밀한 교회론의 부재 또는 유연한 교회론을 장점으로 말하지만, 이 문제가 복음주의 운동과 신학의 큰 약점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는 복음주의가 구원론으로 촉발되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종교개혁과 청교도 및 경건주의 운동, 부흥운동을 DNA로 하고 있기에 태생적으로 갖는 약점인데, 여기에 근대 사상의 결과물인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의 꽃인 소비주의가 결합함으로써 서구 복음주의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소비 중심적인 개신교 운동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현대 교회의 심각한 주제 중 하나인 탈 교회 흐름 및 “가나안” 성도 현상은 이런 문제의 대표적 양상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책들처럼 이 운동의 약점에 대한 자성과 외부인의 비평은 많지만, 어느 때보다 공교회성이 강조되고 주목받는 오늘날임에도 불구하고 복음주의의 교회론을 진지하게 다룬 책은 놀라울 정도로 드물다.

멀트노마 신학교에서 각각 기독교 신학과 문화 신학(폴 루이스 메츠거), 신학과 교회사(브래드 하퍼)를 가르치고 있는 두 동료가 쓴 복음주의 교회론은 정확히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이어서 그 출간이 무척 반갑다. 사실 “복음주의 교회론”이란 저자가 언급하듯 모순적인 개념이다. 특정 신학이나 교파가 아닌 하나의 신앙 운동인 복음주의에 교회론이 있다는 것은 모순처럼 들린다. 그러나 두 저자는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로마가톨릭이나 정교회, 개혁교회와는 달리 신학적으로 교회론이 엄밀하지 않을 뿐더러 교회론을 접근하는 데서도 최소한의 공동분모만을 공유하려는 유혹에 노출되어 있지만(실제로 그랬고), 분명 복음주의 안에도 교회론적 확신들이 존재함을 이들은 확신한다.

교회가 복음의 최대 스캔들이 되어버린 심각한 상황에서 복음주의 교회론은 교회가 우리의 어머니이자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는 신부임을 강조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어머니인) “교회의 품을 떠나서는 죄 용서나 구원이 없다”는 칼뱅의 통찰을 충실히 따르면서, 성경적 교회론을 살뜰하게 살피고, 이를 현대 문화의 맥락에 연결함으로써 복음주의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복음주의적이면서도 교회일치적이어야 함—을 제시한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복음주의적 입문서”로 번역된 부제의 원래 제목은 an Evangelical and Ecumenical Introduction, ‘복음주의적이고 교회일치주의적 서론’이다.) 총 16장인 책 구성이 무척 흥미롭다. 홀수 장은 교회론에 대한 신학적, 성경적 관점—삼위일체적 공동체, 종말론적 나라, 예배 공동체, 성례전적 공동체, 섬기는 공동체, 질서 있는 공동체, 문화적 공동체, 선교 공동체—을 제공하고, 짝수 장은 앞 장에서 제시한 성서적, 신학적 교회론에 상응하는 구체적 사례들을 역사적, 시대적 맥락—개인주의, 생태주의, 문화, 성배, 권징, 여성 사역, 게토화, 건축—에서 자세히 다룬다.

저자들은 기독교 역사 속의 다양한 교회론들이 당대 문화를 변혁하기도 하고 또 반영하기도 하면서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특히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참된 복음은 문화화될 수 없다는 믿음은 위험하다. 역사적 기독교회는 문화 바깥, 즉 문화적으로 순수한 진공 상태에서 존재한 적이 없다. 교회는 철저히 문화적 공동체로서 언제나 구체적인 문화적 맥락 속에서 특정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물론 성령을 통해). 근본주의는 이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 실패했으며, 반대로 자유주의는 교회를 철저히 문화에 예속시키려 함으로써 실패했다. 저자는 교회가 성경을 따라 복음주의적이면서도 교회일치주의적이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문화적 과잉 또는 문화적 다원성 안에서 말씀의 육화와 특별한 현존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이와 관련해 검토해 봐야 할 심화 질문과 연구 자료를 각 장 말미와 권장 도서 목록에 제공해 놓았다. 성례전적 공동체를 다룬 7, 8장을 제외하고 권장 도서 목록 중 많은 책들이 번역되었으니 관심자들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겠다.

복음주의 교회론 은 CLC가 야심차게 출간하는 ‘복음주의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책이다. 애당초 원래 출판사에서 기획된 단일 시리즈가 아니어서 주장과 논조의 일관성과 연속성은 이번 책에서도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번 책도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이미 출간되었고 계속 출간될 책들 또한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관심 독자층이 많지 않은 이런 책을 출간해 준 출판사에 대한 고마움과 적절한 번역어를 찾느라 고생했을 번역자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원서와 비교했을 때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중 하나는 원서의 색인이 인명과 주제, 성구별로 꼼꼼하게 작성된 반면, 번역서는 성구 색인은 아예 없애고 약간의 인명이 포함된 주제 색인만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복음주의를 그동안 신학이나 운동 같이 관념적으로만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가시적 교회로서의 복음주의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촉구한 이 책의 출간에 그리 큰 흠이 되지는 않는다.

전통적 교회 표지—유일하고, 거룩하며, 보편적인, 사도적 교회—를 다양하고 은사적이며 지역적이고 예언자적인 새로운 표지들로 대체해 제시하는 하워드 스나이더의 교회 DNA와, 교회의 본질을 예배, 전도, 사역, 교제, 설교, 연보, 영향력 측면에서 통찰하는 존 스토트의 「살아있는 교회」는 이 지적에서 제외해야 할 보석 같은 책이다. 스스로 복음주의자가 아님을 분명히 했지만 누구보다 복음주의 신학을 단단하고 풍성하게 해주는 레슬리 뉴비긴의 여러 책들이 그렇듯, 그의 교회란 무엇인가 또한 이 주제를 고민하는 이들은 놓쳐서는 안 될 필독서다. CTK 20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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